글 작성자: Gyumpic_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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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을 감상할 때 완전히 밝은 부분보다는 차라리 어두운 부분에 더 관대하다.

- 바바라 런던, 사진 中 -

 

어두운 사진이지만 나에겐 '정확한 노출'이다.

 

 '정확한' 노출이 어떤 것인지 단순하게 정의를 내리긴 어렵다. 원칙적으로 좋은 노출이란 눈으로 보는 세상을 그대로 표현하는 노출이다. 하지만 어떤 사진가는 다소 어두운 사진을, 또 어떤 사진가는 밝은 사진을 좋아한다. 처음 카메라를 접하고 노출의 개념을 배울 때, 카메라 노출계의 '적정 노출' 또는 '±0' 이란 숫자에 민감해진다. 이게 곧 '적당한 노출'이고 '적확한 노출'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카메라가 맞춰 주는 노출값에 따라 사진을 찍다 보면 갑자기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온다. 사진이 너무 밝게 나오거나 너무 어둡게 나오는 등 노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도 있지만, 나는 그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다른 사진들과는 다른. 나만의 사진, 나만의 감성을 표현하고 싶을 때'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나만의 사진을 만들어 줄 첫번째 열쇠. '나만의 노출 찾기'를 시작한다.

 

밝은 톤의 사진. 여름 햇살의 눈부심을 표현하고 싶었다.

[노출계는 반사율 18%를 적정 노출이라 판단한다. 과연 정확한 말일까?]

 

 카메라의 적정노출은 반사율 18%를 기준으로 한다고 알려져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피 포토그래피 필드 가이드에선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평균적인 장면은 실제로 그 장면에 떨어지는 빛의 13%를 반사하지만, 사진기법의 연속성을 위하여 그레이카드는 이전에 알려진 반사율 18%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레이카드를 이용해서 대체노출을 측정 할 경우, 노출을 반 단계 증가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건 코닥사가 권장하는 사양이라고 적혀있다. 이는 처음 코닥에서 제시했던 그레이카드의 반사율이 "인화"에 초점이 맞춰 제작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즉, 18% 반사율의 적정 노출 가이드는 무조건 따르기보단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사용하는게 좋아 보인다.

 

부드럽고 고운 톤의 사진. 암부와 명부가 잘 표현되었지만 대체적으로 밝다.

[어떻게 좋은 노출을 얻을 수 있을까?]

 

 테스트 촬영을 한다. 또는 히스토그램을 참고한다.

 

 우리는 주로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한다. 촬영한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부담 없이 테스트 촬영을 할 수 있다. 테스트 촬영을 할 때 주의 깊게 살펴 봐야 할 점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등 노출의 필수 설정 값과 화이트밸런스, 초점모드, 측광모드, 연사모드 등 촬영 설정 값이다. 이런 요소들을 미리 확인해야 촬영이 끊임 없이 진행될 수 있다.

 

 물론, RAW로 촬영 후 후보정에서 조절할 수 있는 요소 중 대표적으로 화이트 밸런스가 있다. 하지만, 본인이 의도하는 화이트 밸런스 값을 설정하여 촬영하기를 추천한다. 이는 현장에서 내가 느낀 분위기를 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며 그 느낌은 최종 결과물까지 이어진다.

 

라이트룸으로 확인한 히스토그램. 회색 부분이 명도다.

 디지털 카메라는 히스토그램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테스트 촬영 시 노출계와 더불어 히스토그램을 점검하는 과정도 좋은 노출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 히스토그램(histogram)은 이미지 내 모든 화소들의 밝기 값을 보여준다. 가장 어두운 값이 왼쪽, 가장 밝은 값이 오른쪽에 표시된다. 위 처럼 컬러 히스토그램은 색의 분포도를 파악하기 좋다.

 

 풍성한 색을 지닌 이미지들은 히스토그램의 모든 범위의 톤을 골고루 가진다. 하지만, 모든 범위의 톤을 다 가지지 못했다고 망친 사진이라 생각하진 말자. 노출 값을 잘못 적용한 것이 아닌데 히스토그램이 좁다면 이미지가 아주 좁은 콘트라스트 폭을 지녔을 뿐이다. 

 

 비교적 고른 노출톤을 맞췄다면 다음 과정을 진행해보자.

히스토그램이 풍성한 사진. 좋은 노출은 보기 편한 사진을 만들어 준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미리 상상한다.]

 

 결과물을 미리 상상하고 찍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실루엣 사진이다. 실루엣 사진은 카메라의 적정 노출보다 노출이 부족한 경우 만들어진다.

 

 잠시 뷰파인더에서 벗어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특히, 자동 노출 모드를 켰다면.

 

 대체적인 장면은 카메라가 제공하는 적정 노출 값으로 충분히 좋은 톤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실제 장면들은 평균적인 톤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경우 스스로 노출을 결정해야 한다. 만일, 히스토그램이 활성화 되어있다면, 하이라이트의 디테일을 최대한 살리면서 밝게 찍어보길 추천한다. 좋은 노출을 얻을 수 있는 팁이 될 수 있다. (히스토그램 오른쪽 끝 부분에 최대한 적게 닿으면서 최대한 밝게 찍어보는 것이다.)

어두운 장소에서 최대한 밝게 찍은 사진. 인물의 피부와 흰 그릇의 디테일이 표현되는 아슬아슬한 정도의 밝기로 촬영했다.

[나만의 노출 찾기]

 

 나는 적정 노출에 비해 밝은 톤을 선호한다. 촬영 시 노출 값 +1/3 ~ +2/3 을 기본 값으로 설정 후 촬영해왔고, 이 톤이 익숙해지자 수동 모드로 원하는 노출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 노출계에 크게 의지하지 않고, 내 눈으로 바라보는 머릿 속 세상을 나만의 노출을 통해 표현할 수 있었다.

 

 후보정을 익혀가는 과정에서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노출 값'에 대한 감이 생겼고, 적절한 보정 값을 생각하며 촬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촬영 환경에 더욱 관대해졌고, 스냅 사진을 찍는 재미가 한 층 높아졌다.

 

 이처럼 내가 선호하는, "나만의 노출값"을 찾게 되면 어떤 이미지라도 나만이 바라보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만들어 졌다면, 이후에 구도, 화각 등 다양한 촬영 요소를 얹을 수 있게 된다.

 

 어떤 사진은 딱 보기만 해도 누가 찍었는지 알 수 있다. 그 사진은 누가 봐도 그 사람의 사진이다.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본인이 바라보는 세상을 표현하는 노출값이 존재한다.


이제 우리도 "나만의 사진"을 만들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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