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Gyumpic_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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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클래식 네거티브는 채도가 낮고 대비가 높은 특징을 보인다. 전체적으로 파란색과 초록색, 옅은 마젠타를 띄며 과다 노출을 통해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그리고 가장 어려운 필름 시뮬레이션

 후지필름 카메라 사용자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필름 시뮬레이션"을 고르라고 한다면, 세 손가락 안에 "클래식 네거티브"의 자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필름 시뮬레이션"을 고르라고 한다면, 이 안에서도 "클래식 네거티브"는 당당히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이번엔 네거티브 유형 필름 시뮬레이션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매력을 품고있는 클래식 네거티브에 대한 이야기와 특징, 그리고 소소한 사용법까지 함께 남겨보고자 한다.

클래식 네거티브의 녹색 발색.

X-Trans IV와 함께 등장한 필름 시뮬레이션

 클래식 네거티브(CLASSIC Neg)는 2019년, X-Trans IV (X-Trans CMOS 4) 센서를 탑제한 Fujifilm X-Pro3와 함께 등장했다. 마침 사진가들 사이에선 "필름 감성"에 대한 관심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시기였고, 별다른 후보정 없이도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는 "클래식 네거티브"의 인기는 후지필름 카메라의 팬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Superia100, 우츠룬데스 일회용 필름 카메라, Fujicolor 100

 

 클래식 네거티브는 프로 네거티브 하이(PRO Neg. Hi), 프로 네거티브 스탠다드(PRO Neg.Std)의 뒤를 잇는 세 번째 네거티브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SUPERIA 필름을 모델로 만들었으며, 일회용 필름 카메라 '우츠룬데스', 후지컬러100 등 후지필름 네거티브 필름의 발색을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X-Pro Stories #2, Learning from film

 

 후지필름 스토리에 따르면 "클래식 네거티브"는 전문 조명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서도 장면의 깊이감을 표현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높은 대비를 보여주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모든 네거티브 필름 시뮬레이션과 마찬가지로 "PROVIA"보다 약간 낮은 채도를 표현한다.

 

fujifilm film simulation list. (출처 fujifilm)

 

 클래식 네거티브가 색을 발현하는 과정

 

X-Pro Stories #2, Learning from film

 

 클래식 네거티브는 앞서 말했듯 대비가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건 전통적으로 "인상적인 사진"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디지털 카메라로 Raw 촬영을 한다거나 기본 옵션의 jpeg 촬영을 한다면 내가 실제로 보는 세상보다 밋밋한 느낌의 사진을 얻게된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정을 하게 되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곡선을 통해 대비를 높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대표적으로 대비를 높이는 S곡선. 어두운 영역은 더 어둡게, 그리고 밝은 영역은 더 밝게 표현한다.

 

 이 보정의 과정에서 우리는 강조하고 싶은 색의 밝기와 강조하고 싶지 않은 색의 영역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시간을 갖는다. 후지필름은 "클래식 네거티브"가 이 과정을 색상별로 대신 작업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한 가지 색상의 입력과 출력 사이의 관계가 선형인 반면 특정 임계값 미만의 입력에 대한 다른 출력은 감소한다."는 표현을 한다.

 

 즉, 클래식 네거티브를 사용하는 경우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색의 채도와 밝기를 높게 설정하여 특정 임계값을 넘겼을 때, 그 색이 확실하고 강렬하게 발현된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색의 채도와 밝기가 임계값을 넘지 못하면 강한 대비에 휩쌓여 선명한 색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X-Pro Stories #2, Learning from film

 

 후지필름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클래식 네거티브의 모델은 "SUPERIA 필름"과 "인쇄물로 출력한 사진"이다. 즉, 할로겐화-은 필름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를 디지털 시뮬레이션으로 나타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필름 안에 겹겹이 쌓인 "빛에 민감한 층"에는 각각 다른 크기의 할로겐화-은 결정이 박혀있으며, 결과적으로 빛의 양이 동일하게 비춰지더라도 각 층마다 다른 화학적 변화를 겪으며 층별로 색의 발현 정도가 달라진다.

 

 

이해를 돕기위한 필름의 원리에 대한 짧은 이야기

필름의 4가지 성질 중 입상성에 대한 설명과 필름의 질감에 대한 설명

 

 할로겐화-은은 입자가 클 수록 적은 빛에도 크게 반응한다. 그래서 입자가 클 수록 필름의 ASA 숫자가 높아지고, 입자가 작을수록 ASA 숫자 또한 작아진다. 할로겐화-은은 그 입자의 크기에 따라 사진의 대비, 해상력, 필름의 감도 등 많은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 

 

(왼쪽)필름의 구조, (오른쪽) 필름 위 할로겐화-은 입자를 확대한 모습

 

 네거티브 필름은 각기 다른 색의 감광 에멀전이 합쳐진 모습인데, 보통 빛의 3원색인 적색(R), 초록색(G), 청색(B) 에멀전과 황색 여과층으로 구성된다. 청색에 민감한 층이 맨 위쪽에 위치하는데 이는 할로겐화-은이 청색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 아래쪽 황색 여과층에선 청색광을 흡수하여 청색광으로 부터 더 아래쪽에 위치한 에멀전 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감광 에멀절의 색들은 인화지에 나타나는 염료가 아니다. 할로겐화-은은 가시광선을 받으면 검게 타버리는데, 이 원리를 이용하여 반전된 필름, 즉 네거티브 필름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필름의 감광 에멀전의 목적은 컬러 필름의 각 층에서 알맞는 가시광선 파장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할로겐화-은을 적당한 값으로 올바르게 태우는 역할이다. 이렇게 현상된 필름은 실제 색과는 반전된 색을 띄게 된다.

 

 인화지에도 필름처럼 은염이 발라져 있다. 때문에 반전된 색으로 현상된 네거티브 필름을 대고 빛을 쪼이면, 인화지에서 다시 색이 반전되면서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 색의 상이 맺히게 된다. 

 

포토샵을 통해 반전시킨 네거티브 필름

 

 네거티브 필름을 다시 반전시켜 색을 구현하는 원리는 포토샵을 통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다.

 

1. 현상된 네거티브 필름을 밝은 판 위에 대고 카메라로 촬영한다. 

2. 포토샵에서 [이미지-조정-반전]을 한다.

3. [필터-카메라Raw필터-흰색 균형]을 알맞게 조절한다.

4. [이미지-조정-레벨]과 [노출]을 보기 좋은 색이 되도록 조절한다

 

클래식 네거티브를 더욱 잘 사용하는 방법

 

X-Pro Stories #2, Learning from film

 

 후지필름은 "SUPERIA 같은" 색상 재현의 열쇠는 초록색, 파란색 및 피부 톤을 자세히 관찰하면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클래식 네거티브"는 약간 과다 노출되었을 때 잠재력이 최대 발현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사용해보자!

노출값이 다르게 촬영된 이미지.

 

 클래식 네거티브를 토대로 커스텀한 레시피로 찍은 사진이다. 필름 시뮬레이션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으레 느낌적으로 노출을 과감하게 표현한다. 각각의 필름 시뮬레이션이 가진 고유의 표현력이 ISO와 노출, WB(화이트밸런스)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경험을 통해 어렴풋이 알고있다. 나 또한 클래식 네거티브를 테스트 할 때, 꽤 과한 과다 노출을 의도해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영역에 삼켜진듯한 색 표현

 

 ±0 또는 다소 부족한 노출로 설정했을 때, 사진의 어두운 영역이 대부분의 색을 삼킨 것 처럼 탁하게 표현됐다. 흐린 날처럼 실제로 대비가 적은 환경에서 이는 더욱 강조됐다. 측광 모드에 따라 좌우되는 노출 값에 의존하기 보다는 눈의 감각으로 원하는 노출을 맞추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측광을 스팟으로 설정하고 인물 피부를 기준으로 과다 노출 시켰다.

 

 파란색과 초록색, 피부 톤을 살리는 방법은 역시 과다 노출이었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져 흐린 날엔 빛이 산란되어 부드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대비가 적은 환경에서 인물 촬영을 하면 얼굴에 그림자를 덜어내어 조금 더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입체감과 생동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소 밋밋한 사진이 될 수 있다.

 

 클래식 네거티브는 이렇게 부드러운 빛의 환경에서 탁월한 입체감을 보여줬다. 머리카락과 옷, 가죽과 피부의 질감 모두 훌륭하게 표현됐다. 특히 사진 전체적으로 흐르는 은은한 마젠타, 그리고 오렌지 빛깔은 초록색을 돋보이게 한다. 

 

과다 노출에서 화사한 빛을 내는 클래식 네거티브

 

 과다 노출은 흰색 영역의 세부 표현을 어렵게한다. 다시말해 흰색의 디테일이 전부 날아간다. 필름의 느낌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에 과하게 설정한 그레인 효과가 이런 상황에서 약간의 대비 효과를 가져다 줬고, 하늘은 살리지 못했지만 흰 옷의 디테일은 나쁘지 않을 정도로 표현됐다.

 

흐린 날, 수분을 머금은 듯한 진득한 초록색.

 

비오는 날, 물 냄새가 스며든 초록색.

 

 이 필름 시뮬레이션 커스텀의 WB는 일광, 그리고 R-1, B-3 으로 설정했다. WB를 일광으로 설정하면 푸른 빛을 띄고 WB조절에서 R-1, B-3으로 세팅하면 추가적으로 녹색을 강조한다. 처음부터 초록색 계열을 강조할 생각이었으며, AUTO가 아닌 고정된 화이트밸런스를 통해 환경에 따라 다르게 비춰지는 색감의 매력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RAW로 작업한 클래식 네거티브.

 

 RAW로 작업한 클래식 네거티브다. 전체 측광으로 노출 ±0이다. WB는 흰 부분에 임의로 맞춰 현상했다. 이 역시 대비가 도드라지고 채도가 다소 낮은 이미지다. 주목할 점은 실제로 습한 환경에서 찍은 사진과 다르게 매우 딱딱하고 건조한 느낌을 묘사한다는 점이다. 

 (왼쪽) RAW로 작업한 클래식 네거티브. (오른쪽) AUTO로 촬영한 클래식 네거티브.

 

 RAW로 작업한 비교 사진이다. 왼쪽 사진은 WB 5600, 색조는 0이다. 왼쪽의 사진처럼 대비가 강한 환경에선 더욱 강한 대비를 보여준다. 전체 측광 ±0 노출로 촬영했으며 빛에 의해 강하게 표현된 색 이외엔 어두운 영역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클래식 네거티브 이외의 모든 옵션은 0, WB는 AUTO로 촬영했다. 오른쪽 환경에선 그림자의 대비가 적었는데, 이런 경우 어두운 영역에서 파란색과 초록색의 느낌을, 밝은 영역에선 옅은 마젠타와 주황색를 띄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RAW로 비교한 사진. (왼쪽) 프로비아, (오른쪽) 클래식 네거티브

 

 동트기 직전의 하늘은 강한 빛과 인공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수 많은 색이 들어있기 때문에 필름 시뮬레이션의 근본적인 색 표현력을 비교하기 아주 좋다. 두 사진은 한 눈에 보더라도 확연한 색 차이를 보여준다. 왼쪽 사진은 필름 시뮬레이션의 기본이 되는 프로비아로 설정으며, 오른쪽 사진은 클래식 네거티브로 설정했다. 후지필름이 했던 말 처럼 클래식 네거티브가 조금 더 채도가 낮아진 모습이며 대비가 강하다. 특히 어두운 영역의 디테일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게 표현됐다.

 

노란 빛의 실내. 색 표현력을 관찰해보자.

 

 다시 커스텀 세팅한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노란 빛의 전구를 사용하는 실내다. 실제로는 이보다 옅은 3000K쯤으로 보이는 일반적인 전구색이다. 분명 일광+녹색 강조 세팅을 했는데 오히려 노란 빛이 더욱 강조된 것 처럼 보인다. 이는 파란색+초록색이 보색 관계에 있는 노란 빛을 더욱 강조하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실내에선 클래식 네거티브의 특징이 커스텀 된 WB와 함께 독특한 방향으로 흘러 나온다. 사람의 눈은 조명에 의해 실제 색과 다르게 표현된 색이라도 경험과 본능으로 만들어진 뇌 안의 색 보정을 통해 원래의 색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사진에 표현된 색 또한 실제로는 노란 빛으로 가득하지만 피사체 하나 하나의 색은 또렷하게 관찰되는 걸 볼 수 있다. 녹색은 녹색으로, 빨간색은 빨간색으로 확실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눈이 가진 능력과 더불어 클래식 네거티브의 강한 대비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경험으로 보인다. 색을 걷어내고 WB를 맞춘 사진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하겠다.

 

마무리

 클래식 네거티브는 정말 매력적인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원하는 색을 강조하고자 하면 화려하게 강조한다. 하지만 "적절한 노출은 과연 어떤 것인가?"란 어려운 질문을 남기는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필름 시뮬레이션을 단순히 JPEG 색감 필터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결과물은 필터와는 다른, 그리고 필름과도 다른 독특한 세계다.

 

 후지필름 카메라를 꾸준히 사용했던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 느끼는 두 가지 벽이 있다. 하나는 크롭 센서와 렌즈 퀄리티 등 하드웨어의 한계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용할수록 어려운 카메라라는 점이다. 

 

 

 

커스텀 된 필름 시뮬레이션 레시피

 

[Damp Day Green]

 

CLASSIC NEGATIVEDR 400% (ISO 800~)
WB_DAY R-1 B-3
H-1 S+1
COLOR-1
SHARP 0 OR -1

NR-2 OR 0
GRAIN 원하는 만큼

측광_중심 무게
EV+2/3 ~ 1+2/3
COLOR CHROME STRONG
COLOR CHROME BLUE WEAK OR 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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