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Gyumpic_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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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필름 시뮬레이션 차트 (fujifilm-x.com)

 

 후지필름 카메라 사용자라면 위의 차트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후지필름은 각 필름 시뮬레이션의 성격을 Tonality, Saturation 기준으로 그려냈다. 대부분의 후지필름 카메라 사용자들은 이를 필름 시뮬레이션 비교 참고용 정도로 사용한다. 

 

 

필름 시뮬레이션 차트의 모호함

 

후지필름 공식 필름 시뮬레이션 차트 (fujifilm-x.com)

 

 후지필름이 공식적으로 사용한 필름 시뮬레이션 차트는 모호함이 가득하다. Saturation을 우리가 아는 "채도"라고 읽는다면 좌측으로 갈 수록 채도가 낮고, 우측으로 갈 수록 채도가 높다는 설명이 된다. 이는 실제로도 맞는 표현이다. 색이 선명할수록 채도가 높다고 말하며 회색이나 흰색 또는 검정과 같은 무채색에 가까울수록 채도가 낮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벨비아가 높은 채도를 보여주고 클래식 크롬이 낮은 채도를 보여준다는 점은 후지필름 사용자라면 경험적으로 알고있다. 그렇다. Saturation을 "채도"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말 문제가 되는 부분은 "Tonality"다.

 

Tonality.

 

 사진에서 "Tonality"라 하면 대비의 표현을 뜻한다. 조금 더 풀어서 말하자면 "톤의 범위와 분포, 그리고 그라데이션의 매끄러움 정도"라 표현할 수 있다. "콘트라스트(Contrast)가 강한 정도"라고 표현해도 어느 정도는 맞다고 생각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상이다. 우선 이해를 돕기위해 새로운 필름 시뮬레이션 차트를 만들었다.

 

한글로 표현한 필름 시뮬레이션 차트

 

 이 차트에선 Tonality High를 단단한 톤, Tonality Soft를 부드러운 톤으로 번역했다. 실제로 필름 시뮬레이션을 서로 비교했을 때,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대비 그라데이션 매끄러움 차이를 어떻게 번역하는게 좋을지 고민하며 고른 표현이다. 필름 시뮬레이션을 다양하게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어떤 느낌을 말하는지 대강 이해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아직 Tonality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설명하기엔 다소 부족하다.

 

 Tonality High : 뚜렷한 대비차이 / Tonality Soft : 희미한 대비차이

 

필름 시뮬레이션 차트 ver.2

 

 Tonality HighTonality Soft를 묶어서 각각 "뚜렷한 대비 차이", "희미한 대비 차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뚜렷한 대비 차이를 보이는 이터나 블리치 바이패스, 클래식 네거티브 , 벨비아를 서로 비교해보자.

 

(왼쪽) 이터나 블리치 바이패스, (가운데) 클래식 네거티브, (오른쪽) 벨비아

 

 이터나 블리치 바이패스, 클래식 네거티브, 벨비아는 뚜렷한 대비 차이(Tonality High)를 가진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조가 매우 강해 중후한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특히 채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왼쪽의 이터나 블리치 바이패스가 가장 저채도며 오른쪽의 벨비아가 가장 고채도다.

 

 그렇다면 Tonality를 관찰하기 위해 클래식 네거티브, 프로 네거티브 하이, 프로 네거티브 스탠다드를 비교해보자.

 

(왼쪽) 클래식 네거티브, (가운데) 프로네거티브 하이, (오른쪽) 프로네거티브 스탠다드

 

 클래식 네거티브, 프로네거티브 하이, 프로네거티브 스탠다드는 비슷한 채도(Saturation)을 가진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물론 완벽하게 동일한 채도가 아닐 뿐더러 각각 추구하는 발색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단순 비교하는 방법으로는 뚜렷한 대비 차이와 희미한 대비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

 

(왼쪽) 클래식 네거티브, (가운데) 프로네거티브 하이, (오른쪽) 프로네거티브 스탠다드

 

 사진 가운데 위치한 의자를 확대한 모습이다. 의자의 물결무늬를 잘 관찰해보면 왼쪽의 클래식 네거티브의 대비가 가장 뚜렷하고 오른쪽의 프로 네거티브 스탠다드의 대비가 가장 희미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사진 전체적으로 나타나지만 LCD로 사진을 보는게 익숙한 사진가들은 뚜렷한 차이를 느끼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자. 천천히 색과 질감을 음미하며 사진을 깊게 관찰하는 재미에 빠진다면 이런 차이 정도는 한 눈에 구분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마무리

 

 Tonality와 Saturation으로 하나의 필름 시뮬레이션을 정의하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포토샵을 이용하여 그들이 제시한 필름 시뮬레이션 차트대로 명도, 채도, 색조를 움직여도 완벽하게 같은 색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예상컨데 각각의 필름 시뮬레이션이 표현하는 색 영역의 크기나 위치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Tonality"대비 그라데이션의 매끄러움 차이" 또는 "콘트라스트가 강한 정도"라고 딱 잡아 말하긴 어렵다. 세상엔 이보다 더 깔끔하고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만 이해하는 것으로도 만족한다. 다양한 필름 시뮬레이션이 묘사하는 개성적인 색감은 한 마디로 나타내기 어려운 모호함이 존재한다. 어쩌면 후지필름이 이런 모호함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후지필름은 이터나 블리치 바이패스를 반흑백 느낌, 클래식 크롬을 은은한 파랑, 이터나를 꿈 속 같은 노란색이라 표현한다. 이렇듯 그들이 표현하는 색의 느낌은 누구든 떠올릴 수 있지만 확실하게 정의되는 색이 아니다. 후지필름이 강조하던 "기억색" 또한 이런 모호함이 만들어 낸 환상같은 색이 아닐까? 오늘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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