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Gyumpic_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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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크롬 : 
"탁한 발색과 묵직한 암부 표현, 차분한 녹색과 파스텔 톤의 파란색.
그리고 단단한 계조 표현. 마지막으로 매끄러운 질감."

 

 클래식 크롬(CLASSIC CHROME)은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후지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특유의 색감" 이라면 그것은 "클래식 크롬"의 색감인 경우가 많다. 진하고 탁하며 수수하게 발색하는 클래식 크롬은 차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어쩌면 각자 다르게 기억하는 색을 표현하는, "가장 후지필름다운 색"을 대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후지필름 카메라 사용자들이 꼽은 필름 시뮬레이션 인기순위 1위, 클래식 크롬(CLASSIC CHROME)의 이야기와 수상한 사진 연구소에서 활용중인 소소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필름을 재현하지 않은 필름 시뮬레이션

 

필름 시뮬레이션 차트

 

 후지필름이 발표한 대부분의 필름 시뮬레이션은 실존하는 필름을 모델로 한다. 대표적으로 프로비아, 아스티아, 벨비아, 아크로스가 실제 필름과 이름을 공유한다. 프로 네거티브 하이, 프로 네거티브 스탠다드, 이터나, 리얼라 에이스는 실제 필름을 모티브로 하되 디지털 시대의 입맛에 맞게 새로이 개발된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이터나 블리치 바이패스는 특이한 필름 현상 기법을 참고하여 독특한 색감을 구현했다. 노스탤직 네거티브는 1970년대에 일어난 미국의 컬러 사진 붐(American New Color) 시절의 사진을 참고하여 색다른 느낌으로 재구성한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2014년에 개발된 클래식 크롬은 르포르타주. 즉,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클래식 크롬이 가진 특별한 점은 모티브가 되는 필름이나 기법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 크롬이란 이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어떠한 이미지를 구현하고 싶었는지 조금 엿볼 수 있다.

 

"크롬"이란 이름에 담긴 의미

리버설 필름 또는 슬라이드 필름이라 부른다. (reversal film or slide film). https://www.ag-photolab.co.uk/

 

 "크롬(Chrome)"이란 단어가 붙는 필름이 있다. 코다크롬, 후지크롬, 엑타크롬 등이 그러하다. 이 필름들의 공통점은 리버설 필름(Reversal film) 또는 슬라이드 필름(Slide film)이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네거티브 필름과 다른 "포지티브 필름"을 의미하는 말이다. 포지티브 필름을 현상하면 반전되지 않은 본래의 색을 발현하는데, 이렇게 현상된 필름은 환등기 또는 슬라이드 필름 프로젝터 등을 사용하여 감상할 수 있다.

 

슬라이드 필름 프로젝터

 

  "크롬(Chrome)"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가지가 있다. 코닥이 포지티브 필름 이름의 접미사로 사용하며 시작됐다거나, 그리스어로 색을 나타내는 단어인 크로마(Chroma)에서 시작됐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그 무엇도 확실하진 않다.

 

필름 시뮬레이션을 두 종류로 구분, 비교하여 알아보는 클래식 크롬의 발색 특징

 

필름 시뮬레이션을 네거티브 계열과 포지티브 계열로 구분해보자.

 

 어쨌든, 후지필름 또한 포지티브 필름이 가진 매력을 계승하고자 "클래식 크롬"이란 이름으로 붙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 중 클래식 크롬만이 포지티브 필름의 발색을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필름 시뮬레이션인 프로비아, 벨비아, 아스티아 또한 후지크롬(Fujichrome)이란 카테고리 안에 존재하는 필름이다. 이터나는 본래 네거티브 필름이지만 영화용 필름을 모티브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포지티브 계열에 추가했다.

 

 이 중 출시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사용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필름 시뮬레이션을 선정해 서로 비교해보았다.

필름 시뮬레이션 비교 1

 

 포지티브 계열의 필름 시뮬레이션은 네거티브 계열에 비해 단단한 톤과 높은 채도를 보여준다. 여기서 단단한 톤이란 뚜렷한 또는 딱딱한 계조 표현을 의미한다. 실제 포지티브 필름 또한 선명하고 뚜렷한 색과 암부의 단단한 계조 표현을 보여주는데,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이 이를 잘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클래식 크롬은 네거티브 계열처럼 다소 낮은 채도를 보여주지만 발색 경향이 탁하고 암부가 묵직하게 표현돼 묘하게 선명한 색 표현을 보인다. 특히 녹색 계열의 황록색 부분은 다른 포지티브 계열 필름 시뮬레이션에 비해 차분하게 표현된다.

 

필름 시뮬레이션 비교 2

 

 포지티브 계열 필름 시뮬레이션의 파란색은 네거티브 계열에 비해 진하게 표현된다. 특히 명부와 암부의 뚜렷한 계조 표현은 높은 채도와의 시너지를 통해 입체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네거티브 계열의 파란색은 차분하게 표현되며 같은 계열에 속한 필름 시뮬레이션 모두 비슷한 발색을 띈다. 특히 클래식 크롬의 파란색 표현이 매우 인상적인데, 하늘색에 가까운 청록색 계열로 발색된다. 다른 색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파란색 계열을 독특하게 표현하는 것은 클래식 크롬만이 가진 유일무이한 발색이다.

 

 클래식 크롬의 발색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탁한 발색과 묵직한 암부 표현, 차분한 녹색과 파스텔 톤의 파란색. 그리고 단단한 계조 표현. 마지막으로 매끄러운 질감."

클래식 크롬. 가장 창조적인 필름 시뮬레이션

 

 클래식 크롬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사진가들에게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부드러운 색감과 낮은 채도에서 오는 차분한 감성"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몇몇 사진가들은 클래식 크롬을 "원하는 대로 색을 칠할 수 있는 좋은 도화지"에 비유하며 사진가 개개인의 개성 있는 표현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후지필름 카메라 사용자들은 특별한 사진을 위해 "레시피"를 활용한다. 후지필름 카메라는 다양한 필름 시뮬레이션과 JPEG 이미지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세세한 옵션을 제공한다. 이를 활용해서 만든 일종의 사진 색감 프리셋을 "필름 시뮬레이션 레시피"라고 부른다.

 

후지 위클리 Kodak Portra 160 레시피. fujixweekly.com

 

 필름 시뮬레이션 레시피는 하나의 필름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제작하는데, 클래식 네거티브와 이터나가 출시되기 전 까지 클래식 크롬 기반의 레시피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느정도 레시피를 활용하는데 익숙해진 고급 사용자들은 본인만의 독창적인 레시피를 만들어 사용하며, 후지필름 관련 커뮤니티엔 이를 공유하는 문화도 있다.

 

수상한 사진 연구소, 클래식 크롬 필름 레시피

 클래식 크롬은 색이 잘 스며드는 좋은 도화지 같다. 독특한 발색 아래 수수한 색 표현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지금부터 내가 직접 사용하고 있는 클래식 크롬 기반의 필름 시뮬레이션 몇 가지를 소개한다. 

 

 

CLASSIC CHROME
DR 200%
WB AUTO R-1 B+1
H-2 S-1
COLOR+1
SHARP+1
NR 0
GRAIN OFF

fin.

 

 

CLASSIC CHROME
DR 100%
WB AUTO R+3 B-5
H-1 S-2
COLOR+2
SHARP+2
NR -4
GRAIN WEAK SMALL
CCR STRONG
CCB OFF

fin.

 

 

 

CLASSIC CHROME
DR 100%
WB 6050K R+3 B+0
H+1 S-2
COLOR-4
SHARP 0
NR +3
GRAIN OFF
CCR STRONG
CCB WEAK

fin.

 

 

CLASSIC CHROME
DR 200%
WB AUTO R+1 B-5
H+1 S+1
COLOR+4
SHARP 0
NR -4
GRAIN STRONG SMALL
CCR WEAK
CCB WEAK

fin.

 

 

 

CLASSIC CHROME
DR 100%
WB AUTO R-2 B+3
H-2 S-2
COLOR+1
SHARP+1
NR 0
GRAIN OFF

fin.

 

 

마무리

 

 클래식 크롬은 작은 옵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머릿 속에 떠오른 이미지가 있다면 그 옵션 값을 생각보다 조금 덜 움직여도 좋다. 그리고 모든 필름 시뮬레이션 중 AUTO 화이트 밸런스에 가장 최적화 된 모습을 보인다. 특정 필름을 모티브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세련되고 모던한 스타일의 발색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물을 찍는다면 피부 색에 주의 할 필요가 있다. 피부 색을 이루는 색은 빨강색과 노란색이다. 클래식 크롬에서 빨간색은 탁하지만 실제 색과 비슷한 반면 노란색은 차분하고 가라앉아있다. 자칫 잘못하면 피부가 붉게 뜨거나 탁하게 발색할 수 있다. 이럴 땐, 피부에 노출을 맞춰 촬영한다. 스팟 측광을 사용하여 피부를 기준으로 0 ~ +0.6까지 노출을 설정하면 꽤 괜찮은 피부 발색을 표현할 수 있다. 

 

 클래식 크롬은 투명한 여름의 느낌을 표현하기 좋은데, 특히 DR을 200% 이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명부의 세부 표현을 살리면서 암부의 무거운 느낌을 조금 가볍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 크롬은 봄부터 늦여름 까지 사용하기 좋은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매끈한 질감 표현은 여름의 투명한 느낌을 전달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파란색을 하늘색에 가까운 청록색 계열로 발색하는 특징은 수분기 많은 여름의 생생하면서 촉촉한 느낌을 묘사하는데 탁월한 모습을 보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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