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Gyumpic_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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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후지필름의 카메라들은 모두 같아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잠시 공감하기도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아직 내 손에 들린 이 카메라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이 물건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가장 완벽했을지도 모르는. 그리고 사진가를 성장시키는 카메라, FUJIFILM X-T4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와 오랜 시간 함께한 X-T4. 사용감이 눈으로 느껴질 정도다.

 
 X-T4는 2020년 4월에 출시했다. X-Trans 4 크롭 센서를 탑제했으며, 2610만 화소의 이미지를 제공한다. 이외 사사로운 스펙은 당시 출시된 수 많은 카메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출시 가격이 소니, 니콘, 캐논의 풀프레임 바디급과 비슷한 정도라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이미지 센서는 이전에 출시한 X-T3와 완전히 같은 사양이었으며, X-E4, X-S10 등 중급기 라인과 같은 내장 프로세서를 공유한다. 
 
 즉, 이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없는 카메라였다.
 
 단 한 가지, 신형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이전에 X-T20을 사용하며 구형 배터리의 처절한 성능이 아쉬워을 무렵, 신형 배터리가 탑제된다는 소식 하나만을 듣고 X-T4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약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곁을 떠나지 않으며 항상 함께하고 있다.
 
 

 Q. X-T4는 아직 쓸만한 카메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아니, 앞으로 5년은 거뜬히 사용할 수 있는 꽤 고사양의 카메라다.
 방진방적, 5축 손떨림 방지, NP-235 배터리, 1/8000 기계식 셔터, 배터리 그립 지원 등 하드웨어적 사양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정도지 다른 카메라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말하긴 어렵다. 즉, 아직 쓸만한 카메라라고 말하기엔 충분하다.
 
 

 Q. X-T4를 사용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가장 좋았던 점은 카메라를 알아가면서 완전히 내 것이 되어간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후지필름 카메라의 조작 계통은 복잡하고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후지필름의 디자인과 사진의 색감을 보고 구매한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막상 사용하자니 배워야 하는 것이 너무 많고, 심지어 내가 사용하는 필름 시뮬레이션도 인터넷으로 보던 그것과 너무 다르다. 
 
 만약 이 시점에서 후지필름 카메라와 필름 시뮬레이션에 대한 흥미가 아직 남아있다면 배워나가며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그렇지 않다면 사진에 대한 흥미를 잃기 전에 다른 브랜드로 넘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사진과 카메라를 배우는 피로도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카메라는 전자기기 중에서도 정말 사용하기 어려운 기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후지필름은 더욱 그렇다. 후지필름 카메라의 조작 계통을 이해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기계적인 이해도와 작동 원리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필름 시뮬레이션도 마찬가지다. 필름 시뮬레이션을 사용하여 원하는 분위기와 색을 쉽게 뽑아내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색과 빛, 그리고 카메라 내부 소프트웨어의 설정이 사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거나 느낄 수 있어야한다. 
 
 어떤 카메라든 기본적인 원리와 사용 방법은 모두 같다. 사진을 하며 공통적으로 배우게되는 구도, 구성, 빛 등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 이외에 불친절한 하드웨어와 필름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익혀야 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이라 생각한다. 
 
 

 Q. X-T4를 추천하는 이유는?

 
  후지필름 카메라 내에서 가장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X-T4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밌는 포지션에 위치한다고 생각한다. 5세대 센서 X-trans 5(X-H2 출시 부터)를 탑제한 바디가 출시되면서 X-T4의 위치가 다시 한 번 재정립 되었다.
 
 "X-T4는 5세대 바디의 방향성을 잡기 위한 프로토타입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5세대 바디가 출시되면서 H라인(X-H2, X-H2s), T라인(X-T5) 등 상급 라인업에 변화가 생겼다. H라인은 프로페셔널을 지향하며 기존의 클래식한 외형을 버리고 조금 더 큰 바디와, 전문적인 느낌을 살린 디자인으로 출시했다. T라인은 기존의 클래식한 외형을 유지하며 오로지 "사진"에만 집중할 수 있게 경량했으며, 3방향 틸팅 액정으로 교체, 그리고 배터리 그립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게 되었다.
 
즉, X-T4가 가진 아이덴티티가 두 방향성으로 분리되었고, 그것이 지금의 5세대 카메라라고 생각한다.
 
X-T4는 T시리즈 중 유일한 스위블 액정을 가지고 있으며, 배터리 그립을 장착할 수 있는 클래식 외형의 카메라다. 나는 이 부분에서 X-T4가 주는 잠재력이 꽤 높다고 생각한다.
 
 

 Q. 고화소 바디가 기준이 되는 시대에서 2610만 화소는 부족하지 않을까?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 네이티브 및 서드파트 렌즈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질 때 까지만 유효한 개인적인 의견이다.
 
 사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고 늘 분쟁이 있던 주제다. 나에게 있어 사진의 완성은 인화다. 인화 했을 때, 화질에 대한 부족함이 없다면 그것은 충분한 화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형인화는 조금 다르다. 나도 고화소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A2 사이즈 이상의 인화를 원한다면 풀프레임 3000만 화소 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X-T4를 사용하며 이 부분이 가장 아쉽지만, 포토샵AI를 사용하여 화소를 올리는 방식으로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Q. X-T4와 후지필름 렌즈의 조화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의 후지필름 네이티브 렌즈의 성능은 타사에 비해 부족하다. 최소한 내가 보기엔 그렇다. XF 레드라벨 줌 렌즈가 4000만 화소에 대응한다는 후지필름 측의 설명이 있지만, 화질은 대응한다 쳐도 기능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이 많다. 심지어 한참 전에 리뉴얼 됐어야 할 F1.4 단렌즈군이 출시 당시와 거의 변함없이 판매, 사용된다는 점을 보아 아직 고화소에 대응 할 렌즈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유명 서드파티 렌즈 제조사들이 X마운트 렌즈의 제작을 발표했을 무렵, 후지필름의 고화소 카메라 시장 진출은 이미 예견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시기가 너무 늦은 탓이었을까, 새로 출시된 서드파티 렌즈들은 크게 빛을 보지 못했으며 심지어 타 브랜드 대비 사용자가 적은 후지필름 카메라 X마운트에 많은 투자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X-T4의 비교적 낮은 화소는 아직 후지필름의 모든 렌즈를 사용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후 고화소에 대응하는 렌즈가 더 출시하기 전 까진 두루두루 적당히 사용하기 좋은 카메라로 남을 것이다.
 
 

 Q. X-T4는 단점이 없었나요?

 
 넘쳐난다. 신뢰도, 화질, 노이즈, 렌즈의 완성도, 무게, 크기, 소프트웨어, AF, 불친절한 설명, 얻기 어려운 정보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노트 한 장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단점이 많다. 세상에 완벽한 사양의 카메라는 없다지만 이렇게 부족한 카메라도 흔치 않다. 
 
 

 Q. 그렇다면 왜 추천하는 거죠?

 
 처음엔 X-T4를 더욱 잘 사용하기 위해 이 많은 단점을 어느정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이 대응 방법들을 다양한 상황에서 응용할 수 있었고, 이는 곧 나의 사진 생활에 대한 방향성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었다.
 
 나에겐 꾸준한 사진 생활을 이어가는데 있어 조금은 부족하고 어려운 카메라를 사용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X-T4가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어려운 것이 많다. 심지어 알면 알수록 모르는 점이 늘어난다. 이것들을 배우고 이해하며 사진 생활에 더욱 깊이감을 주는 것이 나에게 있어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사진 생활에서 오는 즐거움은 다르기 때문에 굳이 나와 같은 절차를 밟을 필요는 없다. 만약, 당신이 후지필름의 브랜드와 정체성에 관심이 있고, 조금 더 정통적인 사진 원리를 배우고 한다면 나는 부족하디 부족한 X-T4를 추천한다.
 
Q. X-T4의 특장점이 있나요?
 
 특별히 없다. 지금 내 생각엔 그렇다. 지금의 내가 카메라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내가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가 X-T4이기 때문이다. 
 필름 시뮬레이션, 감성, 클래식한 디자인 등 지금까지 당신이 들어왔던 후지필름에 대한 이야기는 X-T4가 아닌 "후지필름 카메라"를 추천하는 이유다. 나는 그것이 X-T4의 특장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앞서 말했듯이 "높은 잠재력"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X-T4는 정말 훌륭한 카메라입니다. 후지필름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것 같죠. 특히 리뉴얼하지 않은 구형 렌즈들과 함께했을 때, 그 능력은 가장 빛을 발합니다. 약 10년 전에 출시된 렌즈의 능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리곤 하죠. 한 번 쯤 써볼만한 가치가 있는 카메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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